지난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전 세계인이 모두 다 아는 음악이 됐다.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차트 가운데 메인차트인 핫100 2위를 차지했다. 강남스타일의 빌보드 차트 진입은 야구에서의 메이저리그 진출이나 축구에서의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유행과 함께 제가 된 노래가 있다. 바로 필리핀 가수인 프레디 아길라(Freddie Aguilar)가 부른 ‘아낙(Anak)’이다. 당시 언론은 강남스타일이 필리핀 가수인 프레디 아길라가 부른 ‘아낙(Anak)’ 이후 35년 만에 빌보드 차트 5위권에 진입한 아시아권 최초의 노래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의 이런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프레디 아길라가 부른 ‘아낙(Anak)’이 세계 56개국에서 27개의 다른 언어로 번안돼 수백만 장 이상의 앨범이 판매되는 등 전 세계적인 유행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빌보드 차트에 진입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정보는 ‘아낙’이 올 1월 개봉한 ‘강남 1970’의 주제곡으로 쓰이면서 나온 기사에도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에도 잘못된 정보가 사실인양 기록돼 있지만 어쩌면 이 노래의 히트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는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해프닝일 수 있다.
1978년 프레디 아길라가 필리핀 고유어인 타갈로그어로 부른 ‘아낙(Anak)’은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음악이었다. ‘아낙(Anak)’은 ‘자식’이라는 뜻이다. 프리디 아길라는 이 노래를 통해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을 담았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직접 만든 노래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통기타에 긴 머리를 날리며 읊조리듯 감미로운 목소리로 프레디 아길라가 부르는 아낙에 매료됐다. 프레디 아길라가 1979년 제2회 서울국제가요제에 참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 가수들에 의해 번안가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프레디 아길라는 우리나라에선 감미로운 포크송으로 1970년대와 1980년대를 풍미한 7080 추억의 가수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프레디 아길라는 국민가수로 이름이 높다. 하루에도 몇 번 씩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고, 그의 동상이 서있는 곳도 있다. 아울러 그는 필리핀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저항가수이기도 하다. 마르코스 독재에 항거하던 시위의 한가운데서 그는 늘 노래로 저항에 나섰다. 그의 많은 노래들은 필리핀에서 방송이 금지되다 1986년 마르코스가 권좌에서 내려온 뒤에 금지가 플렸다. 특히 그가 부른 바얀코(Bayan Ko, 나의 조국)는 저항의 거리에서 필리핀 민중들이 사랑했던 노래다. 우리나라의 ‘임을 위한 행진곡’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그 의미는 우리나라의 그것 이상일 수 있다. 국민 가수가 최고의 저항 가수이고, 그가 부른 노래가 최고의 인기 음악인 것이다. 우리로 말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 가요차트 1위를 차지한 셈이다.
지난 2007년 KBS는 프레디 아길라의 근황을 취재해 보도했다. 당시 프레디 아길라는 여전히 빈민가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프레디 아길라의 노래는 술집여자, 해외 이주노동자, 감옥에 갇힌 이들의 아픈 삶을 노래하고 노래로, 그들의 삶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필리핀 민중과 함께 해 온 프레디 아길라의 노래는 여전히 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ANAK
프레디 아길라 -원문가사입니다.
Noong isilang ka sa mundong ito Laking tuwa ng magulang mo At ang kamay nila ang iyong ilaw At ang nanay at tatay mo'y Di malaman ang gagawin Minamasdan pati pagtulog mo At sa gabi'y napupuyat ang iyong nanay Sa pagtimpla ng gatas mo At sa umaga nama'y kalong ka Ng iyong amang tuwang-tuwa sa iyo
Ngayon nga ay malaki ka na Nais mo'y maging malaya Di man sila payag Walang magagawa Ikaw nga ay biglang nagbago Naging matigas ang iyong ulo
At ang payo nila'y sinuway mo Di mo man lang inisip na Ang kanilang ginagawa'y para sa iyo Pagkat ang nais mo'y Masunod ang layaw mo Di mo sila pinapansin
Nagdaan pa ang mga araw At ang landas mo'y naligaw Ikaw ay nalulong sa masamang bisyo At ang una mong nilapitan Ang iyong inang lumuluha At ang tanong,"ANAK, ba't ka nagkaganyan" At ang iyong mga mata'y biglang lumuha ng di mo napapansin Nagsisisi at sa isip mo'y Nalaman mong ika'y nagkamali Nagsisisi at sa isip mo'y Nalaman mong ika'y nagkamali Nagsisisi at sa isip mo'y Nalaman mong ika'y nagkamali...